ITER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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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 설계자에서 ITER 사업의 플래너로

당초 프랑스 파견 기간을 1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5년, 다시 10년으로 늘어났지요. ITER 국제기구가 점차 자리를 잡아 가고 파견 신분으로 와 있던 필수 구성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ITER 국제기구가 허남일 박사에게 맡긴 분야는 ‘열차폐체(Thermal shield)’로서, 안정적으로 저온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단열층 역할을 하는 품목입니다. 허 박사가 참여했던 KSTAR의 열차폐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을 막기 위해 총 30개 층의 다중절연재와 은도금 된 스테인레스 판으로 만들어진 38,000㎡, 축구장 여섯 배 규모의 큰 구조물입니다.

ITER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KSTAR의 20배 규모로 계획되고 있었습니다. 열차폐체 역시 높이와 직경이 각각 25미터, 무게가 약 900톤에 이르는 초대형구조물인 만큼 허 박사에게도, ITER에게도 큰 도전과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허 박사는 KSTAR와 ITER 한국사입단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ITER 열차폐체의 큰 그림을 스케치 하기 시작했습니다. ITER의 열차폐체는 KSTAR를 롤 모델로 설계가 이뤄졌습니다. 한국이 설계는 물론 100% 제작을 전담하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극저온의 저온용기와 태양보다 뜨거운 진공 용기 사이에서 열전달을 차단하는 핵심장치인 만큼 무엇보다 풍부한 지식과 제작 노하우가 필요 했습니다.

장기간 해외 주재는 일반인들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맡은 임무는 한국 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삶의 환경은 사뭇 달랐을 듯합니다. 허 박사는 “나와 가족 모두 에게 인생에 다시없을 큰 경험”이었다며 카다라쉬에서의 두 가지 일상 키워드로 ‘쾌적한 기후’, ‘가족과 함께한 저녁’을 꼽고 있습니다.

ITER 건설현장은 옛 프로방스 지역입니다. 알프스와 지중해에 면한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난 곳이지요. 칸과 니스, 아비뇽 같은 관광도시와도 멀지 않습니다. 연중 300일 이상 햇살이 이어 지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포도와 레몬, 곡물들이 잘 자라는 풍요로운 농경 지대이기도 합니다.

2007년 10월 공식발족 무렵의 ITER 국제기구

세계 최대의 과학기술 공동협력 프로젝트 ITER

ITER 국제기구의 ‘게임데이’, ‘가족의 날’

ITER 현장에서 거둔 열매 자부심, 책임감, 연대의식

ITER 국제기구 근무는 업무적으로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가족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우리 부부도 세상을 보는 눈이 크게 달라졌지요. 국가적으로도 우리 연구원들의 ITER 국제기구 근무는 중요한 일입니다. 한국은 ITER 건설비의 9% 가량을 분담하는 데다 조달품목을 9개나 책임지고 있지만 이런 중요한 역할에 비해 우리나라 연구자 규모는 ITER 국제기구 전체 인력의 3%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미래 상용핵융합로 개발의 주역이 될 동료 연구원들이 ITER 현장을 통해 더 넓은 지평을 바라볼 수 있도록 또 열심히 씨를 뿌리겠습니다.

카다라쉬 자체는 넓은 평야 지대 속의 전형적인 시골 농촌 마을입니다. 따로 여가를 즐길 만한 곳이 없는 만큼 ITER 국제기구는 종종 ‘게임데이’와 ‘가족의 날’ 같은 소소한 이벤트들을 마련해 연구원들의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주곤 했습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알프스나 지중해 연안을 찾아 캠핑과 스키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일에는 퇴근 후에 정원을 가꾸고 텃밭을 일구는 취미를 가진 이들이 많습니다. 허 박사의 가족도 텃밭을 마련해 직접 기른 들깻잎에 삼겹살을 싸 먹으며 향수를 달래곤 했습니다. 한국인 동료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인근의 한인회나 재불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등과 함께하는 모임도 점차 늘어 나고 있습니다.

허 박사는 세계적으로도 시도된 바 없던 초대형 구조물 은도금 공정과 기술, 설비가 모두 확보된 만큼 ITER 국제기구가 필요로 하는 시기에 정확하게 열차폐체를 조달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ITER 한국사업단은 현재 은도금 설비 및 공정에 대한 품질검증을 완료하습니다. ITER 열체폐체의 모든 조달이 완료되는 시점은 2020년입니다.

허 박사는 10년여 파견 생활의 가장 큰 소득이 “ITER와 같은 초대형 국제협력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라 강조합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동료 연구원들에게 적극적으로 ITER 국제기구 근무를 추천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는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동기부여뿐만 아니라 자부심, 책임감, 그리고 세계인과의 연대의식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더 많은 한국인 연구자들이 카다라쉬로 향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2017년 10월 ITER 10주년 기념사진